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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질/기동전사 건담 Twilight Axiz

[소설번역] 기동전사 건담 Twilight Axiz 제1장 「붉은 혜성의 잔조」 1





「어이, 알렛. 차례다.」

난데없이 거칠게 어깨를 두들겨져, 알렛 아르마지는 멍하니 눈을 떴다.

「T 마이너스 180.」

「목표와의 상대속도 +30.」

「외부 패시브 센서계에 반응없음.」

귓가의 스피커에서 어지러이 교차하는 오퍼레이터의 목소리.

아무래도 모르는 새에 잠들어 버렸나 보다.

등의 시트에서 전해지는 희미한 진동이 잠에 빠지기 전하고는 희미하게 달라져 있음을 깨달았다.

배가 감속에 들어간 것을 깨달은 그녀는, 옆에 앉은 덩치 큰 남자 쪽을 돌아보았다.

「도착했어?」

「아아, 네가 푹 자는 동안에.」

넌절머리 난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남자에게, 한 순간 언짢은 표정을 짓는 알렛.

단턴 하이레그는 항상 이렇다. 좀 더 상냥하게 깨워도 되잖아──무심코 그런 불평을 입 밖으로 낼 뻔했으나, 곧장 정면에 선 또 한 명의 동행자가 있다는 것에 생각이 이르러 그녀는 새초롬한 얼굴로 시트에 고쳐 앉는다.

다시금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벽을 따라 늘어선 간소한 시트에는 그녀들과 마찬가지로 노멀 슈츠를 입은 몇 명의 남자들이 조용하게 앉아 있다.

무기질 그레이의 벽에는 창 하나 없기에 살풍경하기도 더 없을 지경이다.

「모처럼 오래간만에 돌아왔는데 말이지──」

배의 바깥에 펼쳐져 있을 광경을 그 눈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을 유감스럽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헬멧의 스피커에서 정면에 선 청년의 목소리가 울린다.

「알렛 씨, 이걸 봐 주십시오.」

그──메이메트 메르카 중위는 군인답지 않게 부드러운 웃음을 지어 보이면서 손에 든 노트 단말을 이쪽으로 내밀었다.

「가르쳐주신 항구는 여기가 틀림없습니까?」

화면을 들여다 보자, 배의 외부 카메라가 찍은 영상이 표시되어 있었다.

우둘투둘 거칠은 암석면에서 뻗어나온 도킹 포트.

거기 그려진 특징적인 의장이, 기억 속의 그것과 합치한다.

「연구시설전용 항구예요. 틀림없어요.」

「감사합니다.」

메이메트는 가볍게 미소짓고, 곧장 관제실로 돌아갔다.

알렛은 다시금 창없는 외벽을 바라보고, 그 너머에 펼쳐진 광경을 떠올렸다.

그녀들이 타 있는 것은 연방정부직할부대 「마스티마」가 준비한 강습양륙정이다.

같은 형태의 배가 또 한 척, 바로 근처를 날고 있을 것이다.

각 배에는 제각각 마스티마의 일개 중대가 승선해 있다.

두 척이 향하는 곳은, 알렛과 단튼에게 있어선 추억 깊은 장소이긴 하지만, 그 모습은 이전의 그것과는 변하고 변해버린 영락의 말로일 것이다.

그 별은 그 날──우주세기 0093, 3월 12일──두개로 나뉘여 버렸다.

과거 네오지온의 거점이었던 소행성 기지, 액시즈. 그 반신이, 이번에 그녀들이 향하는 목적지였다.




「두개로 나뉜 액시즈의, 궤도상 선행하고 있는 쪽──과거 소행성 모우사가 접속되어 있었던 쪽에 우리의 목표인 연구시설이 있다는 거지 말입니다.」

「네. 하지만 모우사 안에 시설이 있는 게 아니에요. 거기에 있는 건 거주구하고, 그걸 경호하기 위한 무장, 그리고 그걸 유지하기 위한 시설.」

「특별한 땅, 이란 것입니까.」

「아스테로이드에 살던 사람들한테 있어서, 모우사는 상징적인 존재예요. 그, 뭐라고 할까──발상의 땅 같은.」

여기까지 오는 도중에 민간의 유송선으로 위장한 고속운반선 안에서 알렛은 메이메트 일행에게 그런 설명을 햇다.

그 도중에 옆에 선 단튼은 말없이 끄덕이기만 할 뿐이었다. 그도 한때 액시즈에서 살았으나, 모우사에 들어가는 것은 한 번도 허락받지 않았다.

그들같은 신참──1년 전쟁에서 살아남아, 액시즈로 도망쳐 들어간 자들──이 결코 들어가는 것을 허락받지 못하는 성지, 모우사는 그러한 장소였다.


시트에서 전해지는 진동이 커진다. 이제 곧 도킹인 거겠지.

만약을 위해 선행한 2번정이 먼저 상륙해서 내부의 안전을 확인한 다음, 알렛 일행이 탄 1번정이 입항하기고 되어 있었다.

이쪽의 도킹 시퀀스가 개시된다는 것은, 선행한 2번정이 아무 일 없이 상륙에 성공했다는 증거다.

이윽고 시트 위측의 램프가 그린으로 바뀌고, 통로로 이어지는 해치가 가벼운 소리를 일으키며 열렸다.

「마치 VIP 대우로구만.」

한숨 섞어 중얼거린 단튼의 손을, 알렛이 가만히 쥐었다.

스피커가 접속통신으로 바뀌고, 그녀의 조용한 목소리가 흘러온다.

「돌아왔어, 우리.」

「고향은 아니다만.」

「특별한 장소라는 건 다름 없잖아?」

알렛의 목소리 울림은 평소하고 다름 없다.

허나, 그 깊숙히 희미하게 들여다보이는 감정의 흔들림을 눈치채지 못할 단튼이 아니다.

그 정도의 시간은 함께 보내온 사이다.

「뭐어, 그렇구만── 플라나간 기관 종언의 땅이다.」

「내 삶의 방식이 정해진 데야.」

「──아아.」

단튼의 생각은 변하지 않는다.

그때도, 그리고 이제부터도.

「난, 널 산 채로 여기서 데리고 나가는 일만 생각한다. 평소하고 똑같아.」

「대좌님 명령이니까?」

「그래.」

알렛은 쿡쿡 미소지으며, 쥔 손에 희미하게 힘을 담았다.



양륙정을 내린 알렛 일행은 도킹 포트에서 이어진 통로를 빠져나가 시가 에리어로 내려섰다.

위치로 보면 과거 모우사가 접속되어 있던 근처 바로 아래에 해당한다.

연구시설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나 그 가족들이 살던 장소다.

허나, 액시즈가 함락되고 3년.

이미 거리로서의 기능을 잃어버리기엔 충부낳고도 남을 만큼의 연월이 지나 있었다.

「──이런 느낌이던가. 좀 더 좁고 바글바글했던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사람이 없어지면, 넓다고도 느끼는 법이지.」

메이메트가 이끄는 마스티마의 특수부대를 동반하고, 알렛과 단튼은 거리 중앙도로를 나아갔다.

주거 에리어 전체를 회전시키는 것으로 유사적인 중력을 발생시키던 장치는 이미 기능하고 있지 않았기에 몸이 붕 뜨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지면을 박차듯 나아간다. 그러한 것도, 거리를 과거의 기억과는 다른 인상으로 만들었다.

「목적의 시설은, 이 거리의 너머 맞습니까.」

헬멧 내부로 메이메트의 목소리가 울린다.

액시즈 내부의 미노프스키 입자 농도는 과거 전란의 잔향만 같이 아직껏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었다. 이와 같이 밀집해 있으면 문제없이 통신도 가능하지만, 서로를 놓칠 만큼 거리가 벌어지면 금방 대화하는 것도 양껏 되지 않겠지.

도중에 떨어져 버리면 성가시게 되겠는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단튼은 메이메트의 질문에 응했다.

「아아…… 그럴 거다.」

「알겠습니다, 단튼 씨.」

「응?」

「다시금, 협력 감사합니다.」

「아아……」

메이메트 일행은 노멀 슈츠는 단튼네와 같은 형태이긴 하지만, 각각이 무섭기 짝이 없는 중화기를 걸치고 있었다.

「상당히 위험한 차림이구만요.」

「예. 이미 무인이라고는 하지만, 무언가 자동방위장치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도 없으니까 말입니다.」

「흥. 과연.」

메이메트가 보여주는 부드러운 태도는 특수부대의 대장이라는 엄격한 직함하고는 멀다고 느껴진다.

일반인과 어울리는 데에 대단히 익숙하다. 그런 생각이 드는 소작이다.

애시당초, 과연 단튼과 알렛을 일반인이라고 불러도 좋은가──그것부터 시작하는 이야기지만.

「이제 곧 시가 에리어를 빠져나갈 거다. 그보다 앞은 통로를 따라서 나아가면 돼.」

시설──과거 그 설립에 힘쓴 유력자의 이름을 따, 『마하라쟈 칸 기념 연구원』이라고 불린 그곳은 알렛의 이야기대로 플라나간 기관 종언의 땅이며, 그와 알렛의 그 후를 정한 장소였다.

그 땅에 지금, 자신은 적이었던 연방의 특수부대를 안내하려고 한다.

그곳에 잠들어 있을지도 모르는 그 사람이 남긴 것을 찾아.

옆을 나아가는 알렛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 것인가──

단튼이 그런 쓸 구석도 없는 생각에 잠겨 있던, 그때였다.

난데없이, 눈부신 섬광과 진동이 그들을 덮쳤다.

「!」

몸은 순식간에 움직였다.

알렛의 등을 감싸듯, 가까운 건물의 그림자가 날아든다.

한순간 후, 방금 전까지 그들이 서 있던 장소에 총탄의 비가 쏟아진다.

돌조각이 터져나가고, 늘어선 가로등이나 간판이 차례차례 박살나고, 날아간다.

총격!?

왜? 이런 데서?

단튼의 등줄기를 차가운 것이 달린다.

곁눈질로 슬쩍 확인하자, 메이메트와 그 부하들도 제각각 주위에 흩어진 모양이다. 특수부대의 이름은 겉멋이 아닌 모양인지, 이 돌연스러운 사태에도 동요한 기색이 없다.

허나, 놀랄 것은 그쪽이 아니었다.

방금 그 총격은 보통 총탄에 의한 것이 아니다.

훨씬, 손쓸수도 없이 거대한……

「설마……」

경악하면서 고개를 든 단튼.

피어올랐던 분진이 천천히 흘러간다.

그 시선 너머, 늘어선 빌딩의 틈새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거대한 그림자──.

잘못 볼 도리도 없다.

이, 사람의 기척이 사라진 지 오래인 폐어헤는 존재할 턱이 없는 것.

사람의 업이 만들어낸, 전쟁을 위한 거대한 괴뢰.

어스름 속으로 떠오른 거체, 그 기부난쁜 안광을 빛내며, 단튼은 전율과 함께 그 이름을 중얼거렸다.

「모빌슈츠……」


폐허는 순식간에 지옥으로 화했다.

임립한 빌딩의 곡간을 꿰듯 달리는 알렛 일행을, MS가 쫓고는 몰아넣는다.

빌딩과 빌딩의 틈새로 들여다보이는 MS의 그림자는 하나가 아닌 듯했다.

적어도 두 대, 혹은 그 이상……

아무리 마스티마가 뛰어난 특수부대라고는 해도, 상대가 20M씩이나 되는 거체, 게다가 복수라면 싸움이 성립되지도 않는다.

알렛 일행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도망치는 일뿐이다.

「제간……이지, 저거.」

「그렇네, RGM-89. 빌딩 그림자에 가려져서 전체상은 알 수 없었지만, 우선 틀림은 없겠는걸.」

RGM-89, 제간. 제2차 네오지온 전쟁 때 지구연방군의 주력기로 양산된 기체이다.

「그럼, 댁들 동료 아닌가?」

「유감이지만, 저런 타입은 본 바가 없습니다.」

덤벼드는 단튼에게 메이메트는 고개를 저으며 응했다.

「전후의 혼란에 유출된 기체도 많은 모양이라서 말입니다.」

「감독불찰이구만! 돌아가면 제대로 위에 보고해둬!」

「무사히 돌아가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렇게 둘러대는 메이메트에게 부하의 통신이 들어왔다.

「대장님! 세트 완료했습니다!」

「좋아, 바로 후퇴해! 다음은 내가 한다!」

소리를 지르면서 돌아보는 메이메트의 눈 앞에 빌딩과 빌딩 사이를 빠져나온 제간이 덮쳐든다.

「3…… 2…… 1……」

「어이 중위, 댁 뭘……」

「0!」

메이메트의 카운트와 동시에, 제간의 좌우에서 거친 폭발이 일었다.

「!?」

그것은 제간을 노린 것이 아니었다.

그 좌우에 늘어선 빌딩군의 외벽이 굉장한 굉음을 일으키며 뿜어져 나온 것이다.

산란한 잔해와 분진은 늘어선 건조물 사이에서 확산되어 제간의 시야를 막았다.

「이건……」

「도망치는 도중에 폭약을 설치해 둔 겁니다.」

「폭약? 그런 것까지 준비해뒀나.」

「폐쇄된 해치를 연다거나 할 때에 필요하니까 말입니다. 역시나 MS에게 통할 정도의 위력은 없습니다만, 이 정도의 빌딩을 무너뜨리는 만큼은 가능합니다.」

「무리를 하는구만……댁.」

「──신경쓰지 마십시오. 다음이 옵니다.」

분진 저편에 흔들리는 그림자.

또 한 대의 제간과 함게, 더욱이 또 하 대의 MS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모습에 알렛은 헉, 숨을 삼켰다.

직접, 눈으로 본 일이 있는 것은 아니다.

허나 그 특징적인 모습은 자료로 몇 번이고 봐 왔다.

하양을 기조로 한 기체색, 트윈아이, V자 형태의 안테나……


「건……담……」


알렛의 입에서 흘러나온 그 중얼거림은, 메이메트의 외침에 지워졌다.

「도망쳐라!」

건담 타입이 든 라이플의 포구에서, 눈부시인 광탄이 뿜어졌다.

반사적으로 가늘은 샛길로 뛰어든 알렛 일행의 등을, 작열의 빛이 돌조각을 불태우며 관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