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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질/기동전사 건담 Twilight Axiz

[소설번역] 기동전사 건담 Twilight Axiz 제2장 「추억~리이어에서~」


사이드 5──. 속히 리이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이 주역은 1년전쟁은 사이드 6로서 극히 초기에 중립선언을 했고, 전화를 피해간 희소한 사이드였다.

그후, 콜로니 재생 계획에 따라 넘버링이 변경되어, 새로이 사이드 5라고 불리게 된 이후도 커다란 전란에 휘말린 일은 거의 없다.

그 리이어에 소속된 콜로니군 중 하나, 리보 콜로니가 있었다.

20세기의 유럽을 연상케 하는 목가적인 거리에는 연방ㆍ지온 쌍방에 있어 정재계의 중요인물이나 그 관계자도 많이 거주하고 있어, 콜로니 전체의 생활수준은 높다.

생활이 풍요롭다는 뜻은, 다양한 장사가 성립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기 단튼 클리닝 상회도 그런 콜로니의 풍요로움에 은혜를 입은 가게 중 하나였다.



막 빨은 시트 중 마지막 한 장을 빨랫대에 걸은 후, 알렛 하이레그는 크게 기지개를 폈다.

옥상에서 하늘을 올려다보자 원통형의 콜로니 대면에 창창한 녹지대가 펼쳐진 것이 보인다.

콜로니 관리기구에서 매일 아침 보내져오는 기상정보에 의하면 오늘은 종일 비가 쏟아질 예정은 없다. 이대로 걸어두면 저녁무렵에는 완전히 마르겠지.

알렛은 세탁바구니를 내던지고, 그대로 옥상의 울타리에 등을 맡긴 후 잠시간 가벼운 휴식에 빠지기로 했다.

인류가 우주에 진출하고 벌써 100년 가까이 지난 이 시대 이런 전시대적인 수단으로 세탁물을 말릴 필요도 없다만, 단튼 클리닝 상회는 굳이 이 아날로그한 방식에 집착하고 있으며, 그것은 근처에 사는 고객들에게도 호평이다.

날씨에 따른 건조만이 아니라 얼룩을 빼는 기술도 완벽하다. 눈 앞에서 바람에 나부끼는 수많은 시트는 어느것이고 얼룩 하나 없이 새하얗게 반짝이고 있었다.

「응. 좋은 느낌인가 보네.」

알렛은 자신이 개량한 세탁기의 성능에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어보였다.

원래는 점주 단튼이 어디에선가 들여온 싸구려 양산품이었으나, 그녀의 손에 의해 철저한 튜닝을 받았다. 리이어 전체, 아니, 지구권 어딜 찾아봐도 이 이상의 세탁기는 없다고 자부한다.

그녀의 엔지니어로서의 실력을 아는 자가 본다면 지나친 기술의 낭비에 머리를 싸안을 것이다. 하지만 알렛 자신은 지금의 자신이 하는 일에 그런대로 만족하고 있었다.

과거를 돌아보기보단 지금의 나날을 보내는 것이 제일이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게 되었을 즈음, 그녀는 어른이었다.

슬슬 정오일까. 오늘 점심은 뭘로 할까──그런 생각을 하는데, 현관의 카우벨이 울리면서 소리를 냈다.

「응……손님?」

울타리에 기댄 몸을 일으켜 계단 아래를 내려다보자, 가게 앞에 본 적 없는 일렉트릭 카가 멈추어 있었다.

거기에서 내려왔을 두 사람의 남자──어느쪽도 슈츠로 몸을 완벽하게 감싸고 있다──가, 조용히 가게 안으로 들어오려고 했다.

「…………」

알렛이 희미하게 눈썹을 찌푸렸다.

슈츠 차림 남자가 두 명. 클리닝 맡기러 온 손님 치고는 아무래도 안 어울린다.

가슴 들썩임을 느껴가며, 알렛은 아래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내려갔다.



단튼 클리닝 상회점주 단튼 하이레그는 난데없이 찾아온 손님에게 벌레씹은 표정을 지었다.

안 어울리는 에이프런 차림의 커다란 몸집을 기분 나쁘다는 듯 흔들자, 아래 깔고 앉은 목제의 의자가 조용히 비명을 지른다.

장사하는 사람이 손님을 거부하는 것도 이상한 이야기인 하지만, 애초에 단튼은 그다지 접객에 열심인 점주도 아니었다.

하루에 몇 건, 단골 손님의 의뢰만 해내면 일단 알렛과 두 사람 몫의 밥값은 벌 수 있다. 필사적으로 장사에 열을 올리고 싶은 맘은 요만큼도 없다. 실로 지금 또한 시간 때우기를 위한 직소 퍼즐의 피스가 카운터 위에 대충 어지러져 있다.

그것들을 모아서 난잡하게 상자에 밀어넣으며, 단튼은 두 사람의 손님을 맞이했다.


「……어서 오십쇼.」


밋밋한 그레이 슈츠를 입은 남자들.

한 사람은 어디 상사의 젊은 엘리트 사원 정도일까. 또 한 사람은 다소 연배가 있어 보이기는 하지만, 행동거지를 보아하니 젊은 쪽의 부하 같다.

그다지 클리닝 가게에 볼일이 있을 만한 차림새는 아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슈츠 아래에 감추어진, 단련된 근육, 빈틈없는 몸가짐 쪽에 단튼은 주목했다.

군인──인가.

놀라진 않는다. 그에게 언제가 됐건 군의 관계자가 찾아올 거라는 건 상정의 범주 내이긴 하였다.

문제는 용건이다.

어떻게 구르건 귀찮은 일이 된다. 그럼, 어떻게 대처해야 되나──.

그런 생각을 하는데, 등 뒤의 문이 열리고 옥상에서 내려온 알렛이 얼굴을 내밀었다.

「손님?」

「아아──」

돌아보고, 목소리 없이 손짓만 가지고 「안쪽으로 가 있어」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알렛은 샐쭉하니 문 앞에 선 채 움직이려고 하질 않는다.

눈치 못 챈 것이 아닌, 눈치채 놓고서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자식은……」

해가 갈수록 내 취급이 가벼워지고 있는 것 같구만.

머리를 감싸안는 단튼에게 손님 중 젊은 쪽의 남자가 입을 열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단튼 하이레그 씨──그리고, 알렛 『아르마지』양.」

「!」

남자의 목소리에 단튼과 알렛은 작게 숨을 삼켰다.

두 사람은 현재 호적상 부모자식이라고 되어 있다.

하지만 이 남자는 알렛의 본명을 알고 있다.

어디까지 사정을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건 그냥 손님이 아니라는 것만큼은 이걸로 확정되었다.

「군인이오? 아니면 관리인가.」

「……이야기가 빠르군요. 저는 메이메트 메르카라고 합니다. 그는──」

「아아, 잠깐. 그런 이야기라면 장소를 바꾸자고.」

또 한 명을 소개하려고 한 젊은 남자──메이메트라고 이름을 댄──을 제지한 후, 의자를 차고 일어난 단튼은 카운터를 돌아 남자들 앞으로 나섰다.

「맞은편 거리에 조그마한 카페가 있는데, 먼저 가 있으라고. 금방 갈 테니까.」

에이프런을 벗고 알렛에게 던지며, 곁눈질하면서 남자들에게 말한다.

「걱정하지 마쇼. 숨지도 도망치지도 않는다고.」

장년의 남자는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했으나, 젊은 쪽이 그걸 제지하고 끄덕였다.

남자들이 가게를 나가고, 문이 닫힌 것을 확인한 후, 이제야 알렛이 입을 열었다.

「저 사람들, 나에 대해 알고 있나 보네.」

「……그렇구만.」

「아-아, 또 이사일까나……」

「…………」

알렛과 단튼 두 사람은 이 거리에서 클리닝 가게를 개업하기 전에도 몇 개인가의 거리를 전전했다.

그들의 내력──수년 전 제2차 네오지온 전쟁에서, 패군 네오지온에 참가했었다──도 이유이긴 하다.

전후, 거점이었던 액시즈를 잃은 그들은 현재 지구권 여기저기에 흩어져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다.

그중에는 아직껏 반지온감정이 강한 지역도 많기에, 그들 모두가 받아들여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알렛에게는 한 거리에 정주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대외적으로는 단튼의 딸이라고 되어 있는 그녀지만, 실제로 두 사람 사이에 혈연은 없다.

1년전쟁, 지온 공국의 뉴타입 연구시설 플라나간 기관에서 수많은 실험의 피험체였다는 과거가, 그녀의 몸에 시간의 흐름을 이상하리만치 늦추었다. 요컨대 외견상 그다지 나이를 먹지 않은 것이다.

그 때문에 한 곳에 오래간 정주할 수는 없다.

이 거리의 사람들도 언젠가는 그녀가 언제까지고 젊다는 사실을 수상하다고 여기기 시작하겠지.

「맘에 들었는데, 여기──」

「뭐, 우선 놈들 용건은 들어 보지. 온건하게 일이 끝난다면, 그보다 좋을 수는 없으니까.」

벗은 에이프런 대신에 벽에 걸쳐두었던 쟈켓을 걸치고, 단튼은 문을 향했다.

「얌전히 가게 보고 있어. 아빠 말이다.」

「……응.」

나가는 단튼에게 작게 손을 흔들고, 알렛은 재빨리 에이프런을 입고는 카운터의 의자에 앉았다.






카페의 문을 지난 단튼이 가게를 둘러보자, 금방 안쪽 자리에 진을 친 두 사람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맞은 편 자리에 걸터앉자, 가게의 마스터가 주문을 받으러 왔다.

「아아, 그한테도 우리와 같은 걸──」

먼저 메이메트라고 이름을 댄 젊은 남자가 커피 컵을 들고는 마스터에게 말했으나, 단튼은 그걸 가로막고는.

「항상 마시는 거, 부탁하지.」

그렇게 퉁명스럽게 중얼거렸다.

마스터는 가볍게 인사하고, 곧장 안쪽으로 들어가 버렸다.

──몇 분 후.

마스터가 가져온 크림 소다에 빨대를 꽂아넣고, 단튼은 목을 울리며 한 모금 마셨다.

뭐라고 말하기 어려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눈 앞의 남자들에게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중얼거렸다.

「좋아하는 거라서.」

「……그렇습니까……」

메이메트는 애매하게 미소짓고, 품 안에서 꺼내는 명함을 테이블 위에 미끄러뜨렸다.

단튼은 빨대를 문 채로 주워들었다.

「내각 제6실……?」

익숙하지 않은 단어가 미간을 좁게 만든다.

’「지구연방 정부 직할의 정보부입니다.」

「헤에…… 그런 놈들이 우리 같은 시장바닥 클리닝 가게에 무슨 볼일이오.」

「그건……」

말을 끊고, 흘끔, 곁눈질로 등 뒤의 마스터를 본다.

「안심하쇼. 저 마스터는 비밀 이야기에 듣는 귀 세우는 악취미 없으니까. 우리 말고 다른 손님도 없고.」

「……믿도록 하겠습니다.」

도발하듯 바라보는 단튼의 눈동자를 똑바로 되보며, 메이메트는 천천히 말했다.

「단도직입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당신들에게──액시즈의 길안내를 부탁하고 싶습니다.」

「……뭐라고?」

「액시즈입니다. 당신들도 잘 알지 않습니까?」

모를 리가 없다.

단튼과 알렛은, 과거 그곳에서 살았으니까.

네오지온 총수, 샤아 아즈나블의 직속 스탭으로서.

단튼은 샤아 전용 MS의 테스트 파일럿이었다.

알렛은 그 개발 스태프였다.

그 나날은, 지금도 아직 선명한 기억으로 그의 가슴에 남아 있다.

하지만──

「이야기를 모르겠군. 왜 그런 이야기를 우리한테?」

「물론, 당신의 내력을 조사했기 때문입니다.」

──역시, 그런 건가.

「어디까지 알지?」

단튼의 물음에 메이메트는 엷은 웃음을 띄우며 대답했다.

「대충은 말입니다. 네오지온에 참가하기 전에는 에우고에 있었다는 것, 그 이전에 1년전쟁 무렵부터 샤아 아즈나블과 행동을 함께 했다는 것도.」

「!」

「샤아가 그리프스 전역 때에 크와트로 버지나를 이름대며 에우고에 참가했던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라고 말해도 좋습니다. 당시의 데이터는 지금도 연방의 아카이브에 비교적 많이 남아 있으니까 말입니다.」

「……그런 건가.」

납득이 간다는 듯, 단튼이 신음한다.

「크와트로 버지나의 자료에서 당신들 두 사람을 찾아내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 퍼스널 데이터에서 행동 패턴이나 사고 패턴을 프로파일링해서, 생각할 수 있는 온 곳을 조사해 결국 여기 다다랐다──그런 것입니다.」

「꽤나 고생했구만. 내각 제6실이란 데는 그렇게 한가한가?」

대충 말하면서, 단튼은 눈 앞의 남자들을 재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그렇게까지 해서 우릴 찾아내서, 액시즈 길안내라고? 거긴 그 전쟁으로 두동강 나서, 이젠 이미 아무것도 없는 폐허라고. 가봤자 아무것도 없을 테잖아.」

「있으니까 갑니다.」

「뭐?」

「정확하게는, 있을지도 모르니까──겠군요.」

「어이, 대체 뭘──」

「사이코 프레임 말입니다.」

「……!」

단도직입으로 말한 메이메트의 말에, 단튼은 무심코 신음했다.

「계기는 보름 정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메이메트는 천천히 테이블 위에서 손바닥을 맞잡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라프라스 사건은 알고 계십니까?」

「……신문이나 뉴스로 알 수 있는 범위라면.」

「자세한 정보는 비닉되어 있습니다만, 그 사건 때에 어떤 사이코 프레임 탑재형 MS가 괄목할 만한 전과를 올렸습니다──. 아니, 그런 표현은 부족하군요. 분명하게 말해서, 그 MS는 기존의 병기체계를 근저부터 뒤엎을 정도의 성능을 발휘했습니다.」

사이코 프레임…… 과거 액시즈에서 생산된, 컴퓨터 칩을 금속입자 레벨로 MS의 프레임에 섞어넣는 신기술.

샤아 스스로의 손으로 네오지온만이 아니라 연방에게 건너간 그것은, 확실히 MS의 성능 확장에 다대한 공헌을 했다. 하지만……

「……꽤 크게 나왔구만.」

「과장이 아닙니다. 그 MS는 단독으로 콜로니 레이져를 무효화하는 전투력에 더해, 최종적으로는 자기재생능력까지 발휘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뭣……!?」

단튼은 과거 사이코 프레임을 탑재한 두 대의 MS──MSN-04 사자비와 RX-93 v 건담의 전투를 목격했다. 확실히 그 두 대의 성능은 파격이긴 하였으나, 그런 괴물같은 힘은──

아니, 잠깐.

놀라는 단튼의 모습에 메이메트가 깊이 끄덕였다.

「당신도 보았을 것입니다. 그 『제2차 네오지온 분쟁』 때 갈라진 액시즈의 반쪽이 지구로 낙착하려는 것을, 우주로 되돌린 힘. 아직껏 해명되지 않은, 그 빛──」

「그것도, 사이코 프레임이 가져온 현상이란 건가?」

「저희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렇게 말하고, 메이메트는 단튼에게 꿰뚫는 듯한 시선을 보냈다.

「현재 연방에 넘어온 사이코 프레임의 정제법은 저희의 손으로 엄중히 관리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액시즈의 잔해에 아직 연구자료가 남아 있다면? 누군가가 그것을 입수하여, 사이코 프레임을 재개발하고, 사용한다면?」

「그런, 설마──」

「가능성은 제로가 아니다, 는 것입니다. 저의의 임무는그것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 그걸 위해──힘을 빌려주실 순 없겠습니까, 단튼 씨.」

그렇게 말하고, 메이메트와 그 부하는 깊이 고개를 숙였다.

단튼은 대답할 수가 없었다.

액시즈가 붕괴한, 그 운명의 날.

그는 샤아 아즈나블과 생사를 함께할 각오를 했다.

알렛도 같은 마음이었겟지.

하지만, 그것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사자비와 뉴 건담의 결작 때──샤아 아즈나블이 소식을 끊은 그 장에, 그들은 함께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지금도 단튼의 가슴에 조그마한 가시가 되어 찌르길 계속하는 중이다.

「물론, 보수는 그런 대로의 액수를 준비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당신들의 과거의 죄상을 전부 말소하고, 새로운 경력과 생활을 보장하겠습니다.」

「무웃……」

단튼은 팔짱을 끼고 생각에 빠졌다.

그들의 말을 전부 아 그렇습니까 하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 리스크가 너무 크다.

하지만, 여기까지 틀어잡힌 이상, 도망칠 수단을 찾아내는 것은 어렵다.

무엇보다 단튼은 다시금 그 땅, 액시즈로 돌아가는 데에 저항이 있었다.

스스로도 그렇지만, 알렛──그녀는 더 이상, 당시의 일은 떠올리지 않았으면 한다.

모처럼 손에 넣은, 평온한 생활을 부수고 싶지 않다.

그럼, 어떻게 이 장을 돌파할 것인가──

하지만 단튼의 그런 생각은 등 뒤에서 날아든 목소리에 간단히도 지워져 버렸다.

「그 이야기, 받아들이도록 하겠어.」

「어이!」

돌아볼 것까지도 없다.

가게의 에이프런을 걸치고 나온 알렛이 미소를 지으며 단튼 옆에 걸터앉았다.






「너 말이지……」

「제대로 휴게중 팻말 걸어두고 왔어.」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니야!」

「응응, 좀 입 다물어.」

소리지르는 단튼을 가볍게 제지하고, 알렛은 메이메트를 돌아보았다.

「마침, 저도 거기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거 그거.」

생각지 못한 알렛의 의욕에 메이메트도 눈을 동그랗게 뜬다.

「알렛, 너……」

「아니, 방금 전까진 이미 잊으려고 생각하구 있었지만.」

장난스럽게 웃는 알렛이었으나, 그 눈에 망설임의 빛은 없다.

「그치만──돌아갈 계기가 있다면, 역시 돌아가고 싶어──그렇게 생각했어.」

테이블 아래에서 작은 주먹이 꾸욱 움켜쥐어졌다.

「난 돌아가고 싶어. 대좌님하고 사자비가 어떻게 됐는지……」

「…………」

잠시간 그 옆얼굴을 바라보던 단튼이었으나, 이윽고 포기했다는 듯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알았다고. 정말, 하는 수 없는 공주님이구만.」

「그럼……」

「맡도록 하지, 그 길안내.」

자포자기 상태로 말한 단튼에게, 메이메트는 어디까지나 부드러운 웃음을 망가뜨리지 않은 채, 손을 내밀었다.

「다시금, 잘 부탁드립니다. 저는 메이메트 메르카 중위, 지구연방군 특수부대 『마스티마』의 대장으로서, 당신들에게 동행을 의뢰합니다.」

「알렛 아르마지야.」

「단튼 하이레그다. 보수 이야기는 잊지 말라고.」

그렇게 말하고, 단튼은 유리잔에 남아 있던 멜론 소다를 해치웠다.

합성감미료의 요란스러운 단맛이 입안에 퍼진다.

이 맛하고도, 잠시간 작별인가.

단튼은 이런 걸 좋아했다. 전쟁하고는 연이 없는 것을.




「……단튼?」

스피커에서 울려오는 알렛의 목소리에, 단튼은 고개를 들었다.

「왜 그래? 오랜만에 전투해서 지쳤어?」

「아니…… 좀, 여기 돌아오게 됐을 때의 일을 떠올렸을 뿐이다.」

콘솔을 조작해서 콕핏 커버를 연다.

자쿠 III 커스텀의 콕핏에서 고개를 내밀자, 눈 아래에서 손을 흔들던 알렛과 메이메트의 모습이 보인다.

「새삼…… 돌아왔다는 느낌이구만.」

등 뒤의 콕핏을 돌아보고,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대좌님…… 죄송합니다. 저녀석을, 다시 여기 데려와 버려서.」

거기 앉을 터였던, 과거 그가 그 등을 뒤쫓아, 결국 다다르지 못한 사내──샤아 아즈나블에게 이야기했다.

「하지만, 저녀석은…… 알렛은 반드시 제가 지키겠습니다. 그게, 당신의 마지막 명령이었으니까──」

그렇게 중얼거리고, 단튼은 작게 경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