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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질/기동전사 건담 Twilight Axiz

[소설번역] 기동전사 건담 Twilight Axiz 제3장 「붉은 환영을 쫓아서」 1

제3장 「붉은 환영을 쫓아서」 1


「이 아이하고는 여기서 작별이네. 유감이지만……」

자쿠 III 커스텀의 콕핏에서 그 시스템 디스크를 뽀븡며, 알렛은 아쉽다는듯 중얼거렸다.

「하는 수 없잖아. 이렇게 큰 놈을 데려갈 수 있겠냐.」

콕핏 해치에 등을 맡긴 단튼이 조용히 대답했다.

「……그렇네.」

잠시간 콘솔을 조작하던 알렛이었으나, 이윽고 후욱, 숨을 내쉬고, 얼굴을 들었다.

「OS의 초기화가 끝났네. 이걸로 이제, 이 아이가 다시 일어설 일은 없어.」

「……아아.」

조용히 선 붉은 거체를 올려다보며, 단튼도 감개깊다는 듯 중얼거렸다.

이대로 액시즈가 지구권에서 멀어져 가면, 이제 이 기체를 만질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게 될 것이다.

무한의 정숙 속에서 그저 한결같이 우주의 어둠을 표류하기만 계속하게 되겠지.

「──난데없이 두들겨 깨워서 미안했구만. 편히 쉬어다오.」

「뭐야? 답잖게. 오랜만에 콕핏에 앉아서 감상적이라도 된 거야?」

「시끄러.」

콕핏에서 기어나오며 생글생글 미소짓는 알렛에게 등을 돌리고, 단튼은 한 시선 아래의 메이메트에게 말을 걸었다.

「이쪽은 끝났수다.」

「예…… 이쪽도 준비되었습니다.」

잔해를 걷어차면서 이동해온 메이메트가 두 사람 앞에 재주도 좋게 멈추었다.

「방금 전 전투의 희생자와 부상자를 양륙정으로 돌려놓고, 남은 멤버끼리 부대를 재편성한 참입니다.」

「아아……」

보아하니, 남은 마스티마의 멤버는 메이메트를 포함해서 6명.

금후 알렛과 단튼을 포함한 8명이 탐색을 속행할 모양이다.

「더 이상, 사람이 줄어드는 사태는 피하고 싶은 바입니다.」

쓰게 웃는 메이메트에게, 단튼은 흥, 코를 울렸다.

「그 건담이 다시 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군.」

「동감입니다.」

「메이메트 씨, 그 건담에 짚이는 점은?」

알렛의 질문에, 메이메트는 어깨를 떨구며 대답했다.

「전혀 없습니다.」

「단튼은 어때? 싸워보고 뭔가 느꼈어?」

「작구만.」

「응…… 역시 그렇지.」

지체없이 대답한 단튼에게, 알렛도 작게 끄덕였다.

「자쿠 III 커스텀의 라이브러리에도 그 건담에 해당하는 기체 데이터는 없었는데, 지금의 MS 기준으로 하면 한 치수 소형이었지. 제간보다 작았어. 그건 그리프스 전역보다 이전, 자칫하면 1년 전쟁 때 MS급 사이즈다. 물론, 내용물은 튜닝해서 다른 놈이 되어 있을 테지만……」

「흐음……」

턱을 문지르며 메이메트는 생각에 빠졌다.

「지난 샤아의 반란 종결로 액시즈는 연방의 감시하에 있습니다만, 그 눈을 피해서 액시즈 내부로 침입해 일확천금을 꿈꾸는 산사는 적잖이 존재합니다. 그 대부분은 민간의 고물상 혹은 데브리 회수업자로, 방금 그 녀석들도 그런 무리인가 했습니다만…… 건담 타입을 소유하고 있다면……」

「동료로 제간도 있었고 말이지.」

「예. 신경 쓰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메이메트는 돌아보고, 부상자를 데리고 양륙함으로 귀환하려던 부하 중 한 명을 멈추었다.

「로크.」

「무슨 일입니까.」

로크라고 불린 병사가 부상자를 동료에게 맡기고 돌아왔다.

「돌아가면 현재 이 근처를 항행하는 함선 전부를 픽업해두도록. 놈들, 신원이 밝혀질 만한 흔적은 남기지 않았을 테지만, 일단, 만약을 위해서다.」

「알겠습니다.」

「부탁한다, 그리고──」

부하를 보낸 메이메트가 노멀 슈츠의 손목시계를 본다.

「시간은 그다지 없습니다. 앞으로 2시간 이내에 여기를 떠나지 않으면 우리는 이 소행성과 함께 아스테로이드 벨트로 가게 됩니다.」

「그건 사절하고 싶은데.」

「우선은 최초의 목적지로 가요.」

「마하라쟈 칸 기념 연구소──맞습니까.」

「네. 사이코뮤 관련 개발의 중심은 거기였으니까요.」

「좋습니다. 서두르도록 하죠. 계속해서 길안내 잘 부탁합니다.」

「알았어요.」

메이메트는 뒤돌아서 동료들에게 호령을 발했다.

「전대 전진!」




마스티마의 6명에 알렛과 단튼을 더한 8명은 거주구를 이탈, 연구소를 향해 전진했다.

다시금 적 MS와 조우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되도록 좁은 통로를 선택했다.

물론 적측도 보병을 침입시켰을 가능성은 있지만, 백병전이라면 그들 마스티마에게도 일일의 장이 있다.

잠시간 알렛의 지시 아래 무언의 행진이 이어졌다.

「──응?」

문득 옆에서 가는 알렛에게 어깨를 붙잡혀, 단튼은 돌아보았다.

「저기, 단튼.」

헬멧의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알렛의 목소리.

기분 탓인지 앞서 메이메트 일행과 이야기했을 때보다 분명하게 들린다.

바이저의 표시를 보자 「접촉회선」 표시가 떠 있었다.

마스타미의 공유 통신을 거치지 않고 직접 이야기를 걸어온 것이다.

「사자비는 어디에 있을까.」

「!」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중얼거리는 알렛의 목소리를, 단튼은 놓치지 않았다.

「어이, 기다려, 방금 뭐라고 그랬어?」

「사자비 말이야. 잊었어?」

「잊을 리가 없잖아. 사자비인가…… 어디 있냐고?」

「응. 굳이 말하면, 나로선 그 애가 진짜 목표인걸.」

「너……」

「사자비의 신호가 끊긴 장소는 기억하고 있어. 거기 가면, 뭔가 단서가 남아있을 거야.」

「대좌님의……말이냐.」

「당연하지. 난 그걸 위해 돌아온 거라구?」

「왜 접촉 회선으로 말한 건데.」

「저 사람들한테 사자비에 대해 들려주고 싶지 않은걸.」

「뭐어…… 사이코 프레임 탑재기인 사자비의 잔해가 남아 있으면, 그들로선 절호의 조사대상일 테지.」

「저 사람들한테 방해받고 싶지 않아.」

「대좌님과의 추억을, 놈들한테 무신경하게 짓밟히고 싶지 않다는 건가……」

「저기, 어떻게든 쟤들하고 별도행동을 취할 순 없을까?」

「알렛, 너, 제정신이냐? 이 상황에서 아직도 그런 말을 할 수 있냐?」

「타임 리미트? 2시간이나 있으면 충분해.」

「그 건담 타입이 또 오면 어떡할 건데! 적이 있다고, 이제 고향에 돌아와 봤다는 정도가 아니라고?」

「그걸 위해서 단튼, 당신이 있는 거잖아?」

「너……」

뒷통수를 긁적이는 단튼.

「애초에 사자비가 아직 액시즈 위에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우주 어딘가로 날아가 버렸을지도 몰라.」

「그럴지도.」

단튼의 말에 알렛은 훗, 미소지었다.

「그치만, 단서 정도는 뭔가 남아 있을지도 몰라.」

「……정말.」

질렸다는 듯이 한숨을 내쉰다.

「어쨌건, 지금은 연구소로 가자. 어떡해서라도 사자비를 찾으러 가고 싶다면, 방법은 스스로 생각해. 난 사절이다.」

「……알았어. 그럴게.」

알렛이 손을 떼자, 접촉 회선의 표시가 오프가 되고 헬멧 내부에 정숙이 돌아왔다.

「이거야 원…… 귀찮은 일이 됐구만.」



──그 무렵.

거주구에서 외부로 날아간 빛이, 액시즈 외벽을 따라 고속으로 비행하고 있었다.

단튼의 자쿠 III 커스텀과 교전한 건담 타입이다.

그 콕핏에서 한 명의 청년이 분하다는 듯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빌어쳐먹을! 뭐냐, 그 자쿠 짝퉁은!」

격앙하여서 콘솔을 주먹으로 두들긴다.

「마잇처 아재는, 적한테 MS는 없을 거다 뭐냐 중얼거렸잖아!」

전방위 모니터의 일각에는 방금 그 자쿠 III 커스텀과의 교전 데이터가 표시되는 중이다.

「순간 최대 300G 오버의 태클…… 내가 강화인간이 아니었으면 그대로 거품 물고 실신했을 거라고.」

가증스럽다는 듯 중얼거리는 청년은 보랏빛이 섞인 파랑의 노멀 슈츠로 몸을 감쌌다.

연방의 것하고도 네오지온의 것하고도 다르지만, 명백히 민수품은 아닌, 몇 번이고 실전을 헤치고 나온 독특한 풍태가 있었다.

「정말, 연방에서 도망쳐오고부터 이쪽, 적 아군 포함해서 멀쩡한 놈이 없구만──」

혼자 중얼거리면서 컨트롤 레버를 고쳐쥔다.

「알고 있다고, 『트리스탄.』 네놈의 힘은 이딴 정도가 아니야. 다음에야말로 반드시 끝장내주겠다고.」

청년의 목소리에 응하듯, 트리스탄이라고 불린 건담 타입의 버니어가 크게 울부짖었다.

「그건 그렇고, 위험하구만. 베이리하고 깁슨이 당해 버렸어…… 벌터가 알면 무슨 말을 들을지…… 빌어먹을, 재미없게시리……!」

모니터의 표시를 액시즈 구조 맵으로 전환하고, 목적지를 확인한다.

「우선 『사이코 프레임』의 탐색은 그녀석한테 맡기기로 하고, 말이지…… 우선은 『에키나세아』로 돌아가서, 태세를 고치도록 할까. 만약을 위해 가져온 그것──설마 필요해질 거라는 생각은 안 했다만, 아무래도 쓰게 될 것 같구만.」


모니터 저편에 펼쳐진 허공을 노려보며, 청년은 씨익, 이를 드러냈다.

「그 빨간 자쿠 짝퉁의 파일럿── 어디 뭣하는 놈인지는 모르겠다만, 이 퀀턴 페르모한테 창피를 준 이상…… 상응하는 대가를 치뤄야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