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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질/기동전사 건담 Twilight Axiz

[소설번역] 기동전사 건담 Twilight Axiz 제4장 「버넘의 숲」 2

부하들과 헤어진 메이메트는 단튼, 알렛과 함께 액시즈 외부로 통하는 루트를 나아갔다.

이윽고 골목을 돌자, 무기질적인 게이트가 가는 길을 가로막았다.

표면에 적힌 식별번호로 파악컨대, 아무래도 이 앞이 목적한 구획인 모양이다.

「조금 기다려줘요.」

작은 손을 펼쳐서 단튼과 메이메트를 제지하고, 알렛은 옆에 설치된 조그마한 콘솔로 갔다.

「다행이다, 여기도 아직 전기계통은 살아 있어.」

잠시 콘솔을 조작한 알렛이 경쾌하게 키를 누르자, 게이트는 둔한 소리를 일으키며 천천히 열렸다.

「가자.」

익숙한 모양새로 게이트를 빠져나가는 알렛과 단튼 뒤를 다라, 메이메트가 그 너머로 나아간다.

그 순간, 주위의 풍견이 일변했다.

방금까지는 통로의 각소에 통행방향이나 목적지를 가리키는 표식이 빈번하게 설치되어 있었다.

그게, 이 구획에선 극단적으로 적다.

이곳이 특정한 사람들만 사용하는 특별한 에리어라는 증거다.

「이곳은……?」

「이 앞에, 근위사단 전용의 모빌슈츠 도크가 있다. 거기서 액시즈 외벽으로 나갈 수 있겠지.」

「근위사단──」

「표면상 미네바 자비의 신변 경호를 목적으로 한 사단이지만, 댁들도 알다시피 하만 칸이 추대한 미네바는 대역이었어. 실태는 얼마인가 있는 하만의 사설부대 중 하나였다고 할까──」

재미없다는 듯 해설하며, 단튼은 통로 앞을 향해 걸음을 움직엿다.

도중에 몇 개인가의 게이트에 가로막혔으나, 알렛은 무리없이 해정했다.

이윽고, 일행의 시야가 단숨에 열렸다.



「오오……」

메이메트는 눈을 크게 떴다.

그곳은 MS를 격납하는 도크였다.

MS가 몇 대씩이나 잡연하게 늘어섰다.

「이쪽은 가루스 시리즈, 안쪽에 있는 건 가자 시리즈의 아이들──」

노래하듯 중얼거리며 알렛은 도크 안쪽으로 나아간다.

그곳에는 여기 액시즈에서 개발된 다양한 MS가 늘어서 있었다.

메인터넌스 도중에 방치된 듯한 기체도 많았으나, 안에는 거의 기동 가능한 상태인 듯한 것이 섞여 있었다.

「……이건 대단하군. 액시즈 내부에 아직 이만큼의 MS가 남아 있었다니……」

뒤따르는 메이메트는 경탄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녀석들은 하만 통제하 무렵에 개발된 기체니까. 방금 자쿠 III 커스텀하고 마찬가지로 제2차 네오지온 전쟁 땐 출격할 기회가 없었던 거겠지. 좀 더 전쟁이 끌었다면 어땠을지 모르겠다만──」

그렇게 해설하던 단튼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

찌푸린 표정으로 고개를 드는 단튼.

그 시선 너머에는 한 대의 MS가 있었다.

「아……」

깨달은 알렛도 돌아본다.

「그립네. 이 아이도 무사했구나.」

「……그랬나 보군.」

단튼은 퉁명스런 표정으로 눈앞의 MS를 바라본다.

그 기체는 주위에 늘어선 다른 MS보다 가늘은 몸에, 중세의 기사같은 포름을 가지고 있었다.

백을 기조로 농염한 보랏빛으로 구성된 컬러링도 맞물려, 병기라기보다는 공예품같이 우아한 미와 분위기를 풍긴다.

AMX-104, R 쟈쟈.

구 지온 공국군의 YMS-15, 걍의 흐름을 머금은, 백병전용 시작 MS다.

「후후……그래, 너도 남아 있었구나.」

그립다는 듯 R 쟈쟈를 올려다보는 알렛의 눈동자에는 그리움의 빛이 떠올라 있었다.

「다시금……여기 돌아왔다는 느낌이 들어.」

「칫──」

언짢다는 듯 토하는 단튼은 발꿈치를 돌리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가자고, 바깥으로 나가는 게이트는 이 앞이다.」

「아, 단튼!」

뒤쫓는 알렛을 뒤로, 메이메트도 뒤를 따랐다.




이윽고 일행은 도크의 끝부분까지 도착했다.

그곳에는 도크 내부의 MS를 바깥으로 내보내기 위한 거대한 게이트가 있었다.

액시즈 분열 때에 일그러져 버렸으나, 반 정도 비틀린 상태로 열려 있었다.

틈새에서, 어두운 우주 공간이 들여다 보인다.

「열 수고는 덜은 모양이네.」

주위에 흩어진 잔해를 피해가면서 알렛은 게이트의 틈새에 다가갔다.

「여기서 바깥으로 나가서, 그대로 액시즈 외벽을 따라 목적한 시설로 간다. 됐나.」

짧게 확인하는 단튼에게, 메이메트가 작게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발치 조심해요. 구명줄 같은 건 없으니까, 좀만 끄떡하면 우주공간에 내던져진다구요.」

「괜찮습니다, 이런 데엔 익숙하니까. 적어도 클리닝 가게 분들보다는.」

「……거 확실히.」

그런 가벼운 소리를 하면서, 세 사람이 게이트의 틈새에서 외벽으로 나가려 한, 그때──

눈앞의 우주공간을, 거대한 새가 가로질렀다.

「!?」

재빨리 고개를 숙여, 게이트의 그림자에 몸을 숨긴다.

등 뒤로 스러스터의 빛을 흩뿌리며, 거대한 새는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저건──!」

눈앞에서 벌어진 사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단튼 일행은 혼란스러웠다.

「바이알란……」

「왜 저녀석이 여기 있지? 통로 앞에서 잠복하던 거 아니었나?」

그때 메이메트의 통신기에 콜사인이 들어왔다.

통로에 남아 있던 별동대로부터다.

메이메트가 재빨리 터치 패널을 조작해서 수신했다

「찌직……장님……찌직……」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부하의 목소리는 노이즈 때문에 매우 흐려져 있었다.

더 넓은 대역을 사용하면 어느 정도 깨끗해지겠지만, 적에게 어디 있는지 들통날 위험도 높아져 버린다.

만약을 위해서 여기까지 오는 동안에 소형중계기를 몇 개인가 설치해두긴 했지만, 위안거리정도밖에 안 되는 모양이다.

튜닝을 오토에서 매뉴얼로 전환하고, 메이메트는 부하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다행입니다……대장님, 이제야 이어졌습니까.」

아무래도 아까부터 몇 번이나 통신을 날린 모양이다.

용건은 뭐어, 물어볼 것도 없겠지.

「바이알란이 움직였습니다.」

「아아, 이쪽에서도 확인했다.」

액시즈의 외벽을 따라 날아가는 바이알란의 등을 바라보며, 메이메트가 응했다.

「상정하지 못한 사태이긴 하지만, 적이 없어져 준 건 좋은 일이라도고 할 수 있겟지. 남은 제간 두 대는 그대로인가?」

「예.」

「그럼, 그쪽은 계속해서 잘 부탁한다. 이쪽은 예정대로 외벽 루트로 목표지점으로 향한다.」

「라져.」

통신을 끊고, 메이메트는 단튼과 알렛 쪽을 돌아보았다.

「그렇게 되었습니다. 서두르도록 하겠습니다.」

「아아……다만.」

바이알란이 날아간 끝을 바라보며, 단튼이 중얼거렸다.

「저녀석은……」

「…………」

잠시간 생각에 빠졌던 알렛이었으나, 팟, 고개를 들었다.

「설마!? 양륙정을!?」

메이메트도 꾸욱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런 거로군요.」

「과연, 잠복해서 우릴 사냥하기보다, 먼저 돌아갈 다리를 찾아서 부수는 편이 손쉽다, 는 건가──」

「양륙정에도 최소한의 몸을 지킬 무장은 남겨두었지만, 역시나 MS전은 상정외입니다. 들키지 않고 잘 피한다면 좋겠지만──」

말하면서, 메이메트는 양륙정으로 통신을 시도해 보았으나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불규칙적인 노이즈뿐이었다.

「이거야 원……결국, 이렇게 되나.」

화가 치미는지 어깨를 떨구고, 단튼은 지금 막 나온 MS 도크를 돌아보았다.

「알렛.」

「──뭔데?」

「방금 그 디스크, 한 번 더 빌려줘.」

「!」

「내가 간다. 그 바이알란을 막지.」

「단튼 씨!?」

놀란 메이메트가 목소리를 높엿다.

「여기 있는 MS들도, 언제라도 실전에 투입할 수 있도록 스탠바이시켜둔 상태 그대로일 거다. 무기도 있어. 싸울 수 있다. 파일럿만 있다면.」

「단튼──」

무언가 말하고 싶어하는 알렛의 어깨를 붙잡고, 단튼은 소리쳤다.

「한 번도 두 번도 똑같아. 됐으니까 내놔!」



R 쟈쟈의 콕핏 시트에 깊이 허리를 파묻고, 단튼은 기계 체크를 계속한다.

올그린.

마치 그 무렵으로부터 쭈욱 시간이 멈추어 있던 것만 같이, 각부 모두 정상 작동한다.

액시즈의 하얀 기사는 지금 실로 다시금 숨을 불어넣어졌다.

「저기, 단튼.」

자쿠 III 커스텀 때와 마찬가지로 알렛은 단튼에게 안긴 듯한 자세로 콘솔을 손보는 중이다.

「정말 이 아이로 괜찮았어? 쓸 수 있는 기체는 말고도──」

「아니, 이녀석으로 간다.」

드물게도 배려하는 알렛의 목소리를, 단튼이 가로막았다.

「이녀석은, 네가 조정한 기체니까.」

「응──」

차례차례 켜져가는 모니터의 빛을 바라보며, 단튼은 그 날의 일을 다시 떠올렸다.

자신이 마지막에 이 기체에 탔던 그 날을──.





흔들린다.

시야 안에서 무수한 별이 거칠게 흔들린다.

한 순간 의식이 날아가 버렸다.

흔들리는 것은 눈앞의 별들이 아니라, 자기자신이 타고 있는 MS라는 것을 때달을 때까지 단튼은 잠시간 시간이 필요했다.

그가 탄 R 쟈쟈는 크게 자세를 무너뜨린 채, 그 거체는 작게 떨리는 중이다.

등 부분의 스러스터는 파직파직 불꽃을 흩날리는 중이고, 분사 대신에 검은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추진계가 이사을 일으켰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휘청휘청 나아가는 앞에는, 익숙한 시설로 이어지는 게이트가 열려 있었다.

「단튼! 들리는가?」

「……아아.」

「실험은 실패다! 귀환할 수 있나?」

「……해보지.」

모니터를 보고, 각부의 상태를 체크한다.

두 팔 두 다리의 정상적인 스러스터를 작게 분사시켜, AMBAC로 기체를 다시 일으킨다.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대로 게이트를 향해 기체를 전진시킨다.

기다리고 있던 콩알 사이즈의 메카닉이나 엔지니어들이 소란을 일으키며 흩어져가는 것이 보였다.

이윽고 쿵! 하는 충격과 함께 기체가 착지한다.

휘청하고 쓰러지는 거체에 방금 흩어졌던 메카닉들이 우수수 몰려온다.

조금 걸리버 같은 기분이다.

「어이, 단튼! 살아 있냐!」

외부에서 해치가 열리고, 당황한 표정의 메카닉이 안을 들여다 보았다.

「다녀왔수다.」

「너 말이지……」

넌절머리 난 표정의 메카닉한테 가볍게 손을 들어올리고, 단튼은 비틀비틀 콕핏에서 기어나왔다.

그대로 둥실둥실 도크의 구석으로 표류한다.

「저녀석, 왜 탈출 안 한 거야……?」

당혹해서 중얼거리는 메카닉의 목소리를 멀리 들으며, 단튼은 도크의 벽에 등을 맡기고, 그대로 실이 끊긴 듯 풀썩 주저앉았다.

「…………」

잠시간, 그대로 눈을 감았다.

「…………」

문득 머리 위로 시선을 느끼고, 단튼은 얼굴을 들었다.

슬픈 얼굴로 내려다보는 알렛과 눈이 마주쳤다.

「……여어.」

「……단튼.」

「그런 표정 짓지 마. 좋은 데이터를 얻었다고.」

걱정스럽다는 듯 말을 걸어오는 알렛에게 씨익, 미소지어 보인다.

여기는 액시즈, 마하라쟈 칸 기념 연구원.

네오지온의 병기개발 최전선이다.

그런 장소를 나이도 덜 찬 소녀가 어슬렁거리는 것은 대단히 기묘하다고 생각되었으나, 주위를 바쁘게 돌아다니는 연구원들은 신경쓰는 기색도 없다.

그 또한 당연하다. 알렛은 단튼과 나란히, 이 연구소에선 최고참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멤버이기 때문이다.

「왜 탈출하지 않은 거야?」

알렛이 책망하듯 물었다.

「이번 실험, 스러스터에 과도한 부하가 걸려서 위험하다고 말했잖아? 그러니까, 무슨 일 있으면 바로 탈출하라고……」

「만약 내가 탈출하면, 제어를 잃은 저녀석은 그대로 액시즈 외벽에 부딪쳐서 콰광이었잖아.」

「그치만…… 한 걸음 잘못 나갔으면, 당신도 길동무였어.」

「그런 실수 안 해.」

「단튼!」

「됐으니까, 얼른 저녀석을 고쳐달라고.」

「…………」

알렛은 아직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했으나, 이윽고 포기한 건지 크게 숨을 내쉬고, 얼굴을 들었다.

「알았어. 보고 있으라구, 금방 고쳐줄 테니까.」

「아아-」

「당신은 그때까지 열심히 몸을 쉬어두라구, 그럼 이만!」

화난 것처럼 말을 남겨놓고 달려가는 알렛의 등을 바라보며, 단튼은 작게 중얼거렸다.

「네가 만든 기체를 부수기라도 했다간, 얼굴 마주할 수가 없잖아. 너한테도, 그 사람한테도.」

훗, 미소짓고, 주먹을 움켜쥔다.

「지금의 나는, 이딴 정도밖에 못하니까──」




「단튼.」

「응……아아.」

알렛이 부르는 소리에 단튼은 제정신을 차렸다.

「기동 시퀀스, 끝났어.」

「알았어. 고맙다.」

「각부 스러스터, 구동부, 전부 양호. 무기도──응.」

「……아아.」

화기관제 모니터에는 R 쟈쟈의 오른손에 든 총검이 달린 빔 라이플이 조종계통에 링크되었음을 알리는 그래픽이 깜빡이는 중이다.

그 빛을, 단튼은 잠시간 가만히 바라보았다.

「정말로 괜찮아? 단튼.」

「뭐가.」

「그야…… 으응, 아무것도 아니야.」

미소짓고, 알렛은 자리에서 일어나, 단튼에게서 떨어진다.

「무리하지 마, 아빠.」

「아아──얼른 끝내고 돌아오지.」

알렛이 바깥으로 나간다. 해치가 닫히고, 그녀가 충분히 거리를 두었음을 확인하고──

「그럼, 또 잘 부탁한다고──」

단튼은 스로틀을 전개한다.

R 쟈쟈가 가진 총검 달린 빔 라이플에서, 날카로운 빔의 검이 솟아났다.

목전의 반파된 게이트를 파괴하자, 그대로 R 쟈쟈는 순백의 기체를 칠흑의 우주공간으로 던졌다.



한편 벌터 페르모가 탄 바이알란 이졸데는 액시즈의 외벽을 따라 고속으로 비행하면서 센서로 주위를 탐색했다.

모니터에는 그들의 고용주인 마이처 로나가 어디서 입수해온 액시즈의 맵이 표시되어 있다.

내부의 상세한 통로까지는 알 수 없으나, 외벽에 점재한 몇 개인가의 우주항을 체크하기엔 충분하다. 그것을 메인 카메라에 비춘 광경과 싱크소시키고, 짚이는 대로 끄트머리부터 스캔한다.

「역시, 잠복은 성미에 안 맞는구만. 이쪽부터 덤벼들어야, 우리 버넘의 본령 발휘라는 거지. 그렇지, 형──」

씨익 웃으며 모니터를 보는 벌터의 시선이 이윽고 먹잇감을 포착해서 스윽, 가늘어졌다.

이졸데의 센서가 그 우주항으로 선로처럼 이어진 희미한 열반응을 감지했다.

「연소제의 흔적──빙고다!」

흔적을 쫓아, 이졸데의 진로를 바꾼다.

하지만 그 앞은, 조금 나아가자 둘로 갈라져 있었다.

「칫……」

혀를 차면서 제동을 걸고 ,벌터는 잠시간 생각했다.

「어느쪽을 쫓을까……」

우선, 위를 향하는 쪽은 바로 근처의 우주항으로 들어간다.

우선은 이쪽이다. 얼른 끝내 버리면, 또 한 쪽의 상흔이 무산되기 전에 돌아올 수 있겠지.

스러스터를 분사해서 우주항의 내부로 진입하려고 한 그때, 이졸데의 장갑을 무수한 충격이 연이어 흔들어댔다.

「!」

곧바로 회피하고 거리를 둔 다음 돌아본다.

실체탄에 의한 총격.

별 대미지는 없엇으나, 그런 건 저쪽도 잘 알고 있겠지.

「재미난 짓거리 해주시는구만!」

다시 스러스터를 분사시켜서 우주항으로 파고든다.

그 순간, 눈부신 빛이 전방위 모니터를 뒤덮었다.

「──!!」

그 틈을 파고들어 시야의 끄트머리를 플라이바이하는 그림자.

틀림없다, 놈들의 양륙정이다.

「그런 눈속임이 통할까 보냐!」

양륙정이 흩뿌린 플래시 채프의 빛은 금방 모니터의 조광 시스템이 보정해준다.

주위를 뒤덮은 눈부신 빛은 금방 수속되었고, 돌판의 그림자로 숨어들고자 하는 양륙정을 비추어 냈다.

「놓칠까 보냐!」

능숙하게 배를 조종해서 돌판으로 돌아들어가려는 양륙정을 쫓는다.

상대의 모습만 보인다면 기동성에 있어서 이 이졸데가 그냥 양륙정에게 뒤쳐질 우려는 없다.

순식간에 쫓아가, 그 위를 플라이 패스, 지근 거리에서 빔을 몇 발 쏘아제꼈다.

양륙정은 그 후로도 잠시 관성을 타고 날았으나, 이윽고 배부의 스러스터에서 불을 뿜고, 그대로 폭발했다.

「우선은 한 마리──」

만족스럽다는 듯한 웃음을 듸우고, 벌터는 이졸데를 크게 회전시켰다.

「근위 MS도 없냐. 재미없게시리…… 얼른 한 마리 더 정리하고 돌아갈까……」

그대, 난데없이 콕핏 내부에 이머젼시 콜이 울어댔다.

「!」

반사적으로 레버를 민다.

급격한 G와 함게, 자세를 무너뜨린 이졸데의 머리 위를 한 줄기 광망이 스치고 지나갔다.

「빔이라고!?」

자세를 고쳐잡고, 공격이 있던 방향을 돌아본다.

「왔구만! 형이 말한 예의 자쿠 타입인가!」

이졸데의 베이스기인 바이알란은 본래 대기권 내부에서의 사용을 전제로 개발된 기체이긴 하지만, 특수한 임무용으로 튜닝된 이졸디의 기동성의 0G 하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자쿠같은 구식의 기체에 뒤떨어질 일은 없다── 그렇게 생각한 벌터였으나──

「뭣!?」

돌아본 그때, 적기는 이미 목전까지 다가와 있었다.

「큭──」

휘둘러 떨어진 빔 사벨을 머리카락 한 올 차이로 피하고, 거리를 두어서 대치한다.

그곳에 있는 것은 기사를 연상케 하는 가늘은 몸의 하얀 MS──R 쟈쟈였다.

「자쿠가 아니라고……!?」

눈 앞의 적기를 방심하지 않고 노려보며, 벌터는 수상하게 여기며 눈썹을 좁힌다.

형 퀀터에게서 들은 기체가 아니다.

적은 상정했던 것보다 대규모의 부대인 건가? 아니면……

「……뭐, 됐나.」

생각하기보다 먼저, 벌터는 움직였다.

머리를 굴리는 건 자신의 역할이 아니다.

우선은 이녀석을 처리하는 게 먼저다.

「조금은 즐기게 해달라고! 하얀 놈!」

날카로운 포효와 함께, 칠흑의 새는 눈앞의 하얀 기사를 향해 맹연히 덤벼들었다.





그 무렵──

단튼을 배웅한 알렛과 메이메트는 예정대로 액시즈 외벽을 다라 목적한 연구시설로 가고 있었다.

다리를 미끄러뜨리지 않도록, 신중하게 걸음을 움직인다.

「아……」

암석 틈새에 발이 빠져서 자세가 무너진 알렛의 손을, 곧바로 메이메트가 붙잡는다.

「아……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고개를 숙인 알렛에게 미소지어 보이며, 메이메트는 등 뒤를──단튼의 R 쟈쟈가 날아간 끝을 돌아보았다.

「알렛 씨, 한 가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뭔가요?」

「단튼 씨는──테스트 파일렀이었던 것 맞습니까.」

「……네.」

「실전 경험은?」

「없을……거예요.」

「방금 전의 건담 타입과의 싸움, 훌륭했습니다. 그 정도의 실력을 가졌다면, 어째서 그는 실전에는 참가하지 않았던 것입니까?」

「그건……」

이야기하려다, 알렛은 입을 다물었다.

「……죄송해요. 나중에 본인한테 직접 물어봐 주세요. 제가 멋대로 가르쳐드리면, 아마 또 삐져버릴 테니까요.」

「……그렇습니까.」

메이메트는 그 이상 추급하진 않았다.

「알렛 씨는 1년 전쟁 무렵부터 단튼 씨와 함께였던 것 맞습니까.」

「네.」

「다소 믿기 어렵군요…… 당신의, 그……」

「언제까지고 외견이 변하지 않는 것도, 불편한 법이라구요.」

「죄송합니다, 사사로운 이야기를.」

「아뇨, 신경 안 써요.」

미소지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알렛을 보며, 메이메트는 말을 이었다.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사이코 프레임은.」

「있어요.」

「그건, 희망이 아닌 확신──이로군요.」

「물론.」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에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알렛의 목소리에는 힘이 차 있었다.

「그러니까, 당신들한테는 감사하고 있어요. 메이메트 씨, 저희를 여기로 데려다 주셔서──」

중얼거리다가, 알렛은 걸음을 멈추었다.

「그 사람의──샤아 아즈나블의 마지막을, 확인할 기회를 주셔서.」

가만히 앞을 바라보면서, 알렛은 곱씹듯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

그 시선 너머에 있는 것을 알아채고, 메이메트는 작게 숨을 삼켰다.

마하라쟈 칸 기념 연구원.

그들이 목적한 장소로 이어지는 문이, 지금, 눈앞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