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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리뷰

[소설번역] 서투른 천사의 취급설명서 3-5

하면 된다, 그렇게 믿었다.
그리고 실제로 게임을 만들어보고, 알아낸 것도 있다.
예를 들면, 게임 제작이란 것은 시나리오 텍스트가 완성되지 않으면 다른 작업이 거의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
캐릭터 설정부터 만들고, 스탠딩 CG 등을 그린다. 그리고, 장면 장면에 맞춘 CG 등등은 실제로 어떠한 묘사가 될 것인가를 본 다음에 그려야만 하므로, 내가 텍스트를 다 쓸 때까지 유우토는 할일도 없이 기다려야만 하는 것이다.
플롯을 제대로 굳히고, 그 플롯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시나리오를 쓴다면야 플롯에 맞춘 그림을 그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허나 당시의 나는 플롯을 단순한 밑바탕 정도로밖엔 생각하지 않았기에, 플롯에서 이야기가 탈선하는 일이 계속 일어나는 것이다.
또한, 나도 유우토도 게임 제작은 처음이었으므로 노하우도 없었고, 엉성한 진행 예정을 세우는 데에 멈추고 말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치명적이었던 것은, 노벨 게임용 텍스트 데이터의 양은 너무나도 방대한 것임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긴 문장을 쓰려면 정신적 스태미너와 작품에 대한 흔들림없는 애정, 모티베이션의 유지가 필요 불가결하다. 하지만 10분의 1 정도 시나리오를 써내렸을 즈음, 그제서야 나는 눈치챘다.
끝없는 도정, 그때까지 한 작품을 써올리는 데에 소비한 만큼의 스태미너로 힘들게 실마리 부분을 끝냈을 뿐이라는 사실. 히로인마다 편향되어 버리는 애정. 저하되어 가는 모티베이션.
거기에 『유우토를 기다리게 하고 있다』는 초조함도 더해져, 내 손은 전혀 움직이지 않게 되어 버렸다.
──문장을 써도, 망상을 형태로 해도, 즐겁다고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지금은 알 수 잇다. 그게 바로, 그 고민이 바로, 범인이기에 맞딱뜨린 벽이었다.
나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고서 느리작 느리작 땅을 기는 벌레 같은 스피드로, 『지금은 컨디션이 좋지 않을 뿐이야』라며 스스로에게 변명을 하면서, 조금씩 시나리오를 쓰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기점이 된 것은, 3학년 여름방학이 끝난 직후, 9월 초의 어느 날의 일이었다.
「신야, 들어 봐!」
평소엔 냉정한 유우토가 드물게도 흥분한 기미로 바싹 다가왔다.
「무슨 일인데?」
「아니, 실은 말이지, 전전 달에 수행이라고 생각하고 신인상에 응모했는데,」
차가운 손에 심장을 움켜쥐인 듯한, 속이 얼어붙는 듯한 오한이──그것은 이미, 오한이라기보단 공포라고 부르는 편이 더 올바를지도 모른다.
굳어버린 나를 알아채지 못하고, 유우토는 말을 계속했다.
「결과를 말하자면, 전혀 안 됐어.」
「……그랬던 거야?」
「아아.」
한심하게도, 정말 천박하게도, 나는 그 말ㅇ르 듣고, 조금이나마 안도했다. 유우토의 시도가 잘 되지 않았다는 것을 위로해야 됨을 알고 있는데도, 우선 안도했다.
그리고 그런 나에게 유우토가 계속한 말은, 날카롭게, 깊이, 박혀 들어왔다.
「다만, 편집자 씨한테서 전화를 받았어. 볼 만한 부분이 있으니까, 힘내라고.」
「……그, 래. 잘 됐네, 유우토.」
갈라진 목소리로 하는 축복에도, 유우토는 웃으면서 「고맙다」고 말했다.
이후, 유우토는 그 잡지의 투고에 힘을 쏟게 되었다.
물론 게임 만들기를 잊은 것은 아니다. 시나리오 진행을 신경써 주었고, 어느 정도 텍스트가 올라가면 그 씬 용의 CG도 그려주었다.
다만 전체의 3분의 2를 써내렸을 즈음, 내 아이디어는 결국 고갈되어 버렸다. 그렇게 되자 재미있는 전개 같은 건 떠오를 턱도 없었고, 그냥 있어도 느린 필보는 더욱이 더디어졌다.
초조는 증대했고, 캐릭터에 체온을 느끼지 않게 되어, 마음에 밝혀져 있던 불꽃도 사라질 것만 같이 되어 버렸다.
내가 시간만 끌고 있는 동안, 유우토는 만화를 몇 편이나 완성시켰다. 내가 봐도 유우토는 명백히 자신의 꿈을 향해 착실하게, 한 걸음 한 걸음을 거듭하고 있었다.
무서웠다. 이렇게나 괴로움에도 불구하고, 어째서인지 강박관념이 컴퓨터 앞에서부터 떠나가는 것을 허락해주지 않는다.
컴퓨터의 화면을 보면서 신음만 하는 나날이 며칠이고 이어졌다.
학교를 쉬고, 키보드를 두들기려 하지만, 차오르는 것은 헛구역질 뿐이었다.
정체 모를 공포감 탓에 잠들 수도 없었다.
유우토한테서 문자나 전화가 오기도 했다.
서로 무시하던 누나나 동생까지도 걱정 담긴 말을 해왔다.

그런 생활을 보름 가까이 계속하다가, 나는 의자에서 앉은 채 정신을 일었다.

깨어났더니 이틀식이나 날짜가 지나갔고, 손발은 찌릿찌릿 저릿거렸고, 엄청나게 목이 말랐다.
현상인식을 할 수가 없다. 나, 왜 자고 있는 거지. 왜 이렇게 피곤한 거야. 감기 걸렸던가.
일단은 목의 갈증을 견딜 수가 없어서 어떻게든 몸을 일으켰다.
시커먼 복도를 등불도 없이 걸어, 현기증을 느끼며 거실로 나갔고, 수도꼭지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손으로 퍼 마시자, 인생 최대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수분 보급을 해서 이제 좀 살 것 같은 느낌이 들자, 이번엔 위가 공복을 외쳤다.
물을 데피고, 선반에 있는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고, 3분을 기다리고.
아무것 아닌 간장 라면이 대단히 맛있게 느껴졌고.
「……, 아하하.」
어째설가, 눈물이 툭툭 흘러 넘치는 것은.
자고, 물을 마시고, 밥을 먹고. 그런 당연한 일로, 어째서 이렇게나 안심하는 걸까.
「……아.」
눈물을 훔치며, 떠올렸다.
나, 게임 텍스트를 쓰고 있었던가.
「……! 우웩……!」
떠올린 순간, 배 밑바닥에서 무시무시한 구역질이 치밀어 올랐고, 반사적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우왓, 이틀이나 자 버렸어……그럴 때가 아닌데.」
구역질은 마중물이 되어서 어딘가로 날아가 버렸던 기억을 급속히 불러들였다.
그 순간, 그때까지 평온했던 마음이 요란하게 술렁인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초조함이 몸을 애태우기 시작했다.
──문득, 이해했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워서 스스로도 잘 알 수가 없었다.
평온한 마음과, 구역질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긴장, 그 진폭 덕분일까.
진즉에 깨닫고 있었는데, 회전이 느려져 있던 머리가 인식하지 않았던 걸까.
그저,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뿐일까.
어쨌거나 나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에 대해 평온을 느꼈고,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에 공포를 느꼈다.
그것이 사실이고,
그것은 요컨대 미네모토 신야라는 인간이 창작활동에 맞지 않다는 것에 대한 무엇보다 명백한 증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