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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리뷰

[유즈나우그 요즘은] 「십계」 「이집트 왕자」 「엑소더스」 출애굽기 3종 세트 달리고 왔습니다 + 짧은 감상

※시작하기 전에 미리 말해놓는데, 유즈나우그 어렸을 땐 매주 성당에 다니는 아이이긴 했지만 지금은 술 마시면서 예수조폭설 같은 농담도 꺼내는 등, 딱히 한쪽 종교나 이념에 편향된 종자가 아님을 밝혀두는 바입니다.
그냥 재밌는 이야기 재밌는 소재를 놓고 여러 번에 걸쳐 리메이크 된 영화의 해석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예요.

굳이 말하자면 작품 외적인 현실의 정치사정이랑은 상관없이, "가공의 민족이 가공의 나라의 탄압을 받는데 출생의 비밀을 가진 왕자님이 민족을 해방시킨다"는 가공의 이야기쯤으로 받아들이고 즐겼습니다.





발단은 주말 아침에 아버지가 아침 잡수시고 주무시면서 켜놓은 영화 채널의 「킹덤 오브 헤븐」.

그토록 유명한 영화지만 유즈나우그는 여태껏 본 적이 없었는데, 정말 잘 만들었군 그래 + 이게 그 엑소더스 감독이었나…
++ 살라딘이 진주인공 아닐까 할 만큼 간지다
 → 엑소더스 하니까 젊고 탱탱했던 시절의 섹시한 찰턴 헤스턴 형아를 보고 싶어져 초 간만에 안 되는 영어 검색질로 「십계」부터 재탕한 유즈나우그.



「십계(The Ten Commandments)」라는 제목으로 나온 헐리우드 영화는 두 개가 있는데, 찰턴 헤스턴을 볼 수 있는 건 56년쪽.


허나 작중 상당시간 유즈나우그가 기대한 「벤허」 스타일의 찰턴 헤스턴이 아니라, 분장을 통해 위와 같은 덥수룩 할아버지를 보게 됩니다…그럼에도 상당히 잘 생겼다는 게 포인트.


여기서의 모세는 두 말할 것 없는 "히어로".
왕족으로 자라나서 공주님한테도, 영문은 알 수 없지만 공주님보다 더 예쁘게 캐스팅된 십보라한테도 사랑받고, 출생의 비밀을 깨닫고 이집트의 탄압에 맞서 유대 민족을 해방시켜야 한다는 사명을 완수하는 구세주.

이 정도면 아무리 신화를 영화로 만든 거라도 아니꼬운 수준 + 완전 알기 쉬운 탄압→구원 구도로 유대 자본을 얼마나 쳐먹었냐고 묻고 싶어질 만도 하지만, 전성기의 잘 생기고 섹시한 데에다 때때로 성질머리(……)가 드러나는 찰턴 헤스턴의 모세는 다른 소리를 못하게 만듭니다.



요약 - 대작이긴 하지만 역시 시대에 뒤쳐지는 건 하는 수 없는 일인가 + 죽어도 찰턴 헤스턴을 봐야겠다는 사람이 아니거든… + 이 짧은 소갯글 동안 찰턴 헤스턴 이름만 몇 번 나왔대니 글쎄.



+ 뒤의 두 작품하고는 다른 점 또 하나. 각각 이집트 탈출/성궤를 만드는 장면에서 끝나는 반면, 만들고 내려와서 이어지는 출애굽기 32장 문제의 그 장면, 그러니까 포스터의 저것까지 나온다는 점.


추측컨대 당시 최신예 기술이었던 번쩍번쩍! 우르르 와장창 시밤쾅! 같은 볼거리를 넣고 싶었던 것 아닐까요…


주의). 200분도 넘어가는 러닝 타임은 다소 지칠 수 있습니다…

주의2). 애들하고 보기엔 살짝 눈을 가려줘야 하는 부분이 꽤 있습니다 주의


계속.


이젠 고인이 되고 만 드림웤스의 「이집트 왕자」.

초등학교 시절, 어머니 등쌀에 그래도 매주 토요일 오후에 갔던 성당에서 미사 끝나고 교리 시간에 틀어준 바가 있기도 했지요…

그나저나 얼마 안 되는 용돈에서 거금 천 원씩이나 떼어다 헌금하던 그 당시의 유즈나우그는 정말 순진하기 그지 없었던 듯.
지금이라면 어머니가 억지로 쫓아내도 차 타고 혼자 멀리 놀러나갔다 들어왔겠지


이건 어렸을 때 보고 오래간만에 봐서 더더욱 놀란 감이 없잖아 있는데, 특히 쇼크인 건 람세스 파라오의 성우가 이름을 말할 수 없는 그의 배우라니……



이쪽은 애니메이션이다 보니 + 초~중반 부분은 타겟을 어린이층으로 잡은 건지 다소 만화적인 요소가 강한데, 그런 선입견에 사로잡혀선 안 됩니다.


화려함 속에 감추어진 고어함…이를 테면 채찍질 당하는 유대인들이라던가, 모세의 살인, 열 가지 재앙의 괴로워하는 이집트 백성들은 유심히 보면 소름이 끼칠 지경.

그 연장선에서 이러했다 저러했다 이러이러 저러저러 말했다는 사실관계만 무덤덤하게 늘어놓았다 보니 그 스펙터클(…)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가독성은 바닥을 치는 성서를 재해석, 재구성했다는 게 최대 특징.

그냥 적힌 대로만 하다 보니 무슨 단군왕검 같은, 이리도 입체적인 배경을 놓고서 입체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십계」의 잘생긴 모세와는 달리,
「이집트 왕자」의 모세는 그날까지 생각해본 바조차 없는 신의 존재, 자신의 출생, 형제애, 동포들에 대한 책임감, 고향(이집트)에 대한 죄책감에 발버둥치는…이토록 특징적인 캐릭터는 어디 가서 또 볼 수 있으리오.


동시에 그냥 나쁜 왕 A에 불과한 성서의 바로(파라오)가 고집 세고 오만하지만 형제를 사랑하고 자식을 품에서 놓지 않는 멋진 남자 람세스로 다시 태어난 것 정도가 바로 위의 저 모세와 겨루어볼 수 있을까요.

그 절정은 열 가지 재앙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두 사람의 합창 「The Plague」.


볼드모트 경이 해리 포터에게 패배한 것은 틀림없이 저 우수한 가창력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 틀림없습니다.
노래하는 볼디
아니 판타지 또한 노래는 따라다니는 법 아니던가



그러니까 요약 - 이게 요즘 시대에 나왔더라면 동심파괴물로 분류되었을 수도…
+ 원판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으면서도 독특한 해석으로 캐릭터에 입체성을 부여한 건 높이 살 부분.

두 말할 것 없는 명작.






이제 마지막 「엑소더스」.

시대의 변화에 따라 텐 커맨드멘츠→십계(바르고 고운, 우리 정서에 맞는 한잣말), 더 프린스 오브 에집 → 이집트 왕자(반우리말 반양키말), 엑소더스(아예 양놈말)입니다…

 

형제를 더 없이 아끼던 그릇 큰 남자 「이집트 왕자」의 람세스가 다시 「십계」처럼 다소 열폭 기질이 있는 찌질이로 돌아가 버린 건 아쉬운 점이지만, 가까이에 저렇게 잘난 놈이 있는 거니까 이해 못할 것도 아닙니다.

원작의 해석에 있어선…람세스하고 모세의 사이가 살-짝 험악하다는 거하고 재앙에 대해 과학적으로 설명해보려는 신하가 유독 인상적이었다는 게 포인트.




+ 제목 드립뿐만 아니라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모세도 주목할 점입니다.
「십계」의 완전무결 퍼-펙트 잘생긴 모세, 「이집트 왕자」의 고뇌하는 싱잉 모세에 이어
이번에는 무신론자 모세.

그러면서도 마지막엔 신의 존재가 필요함을 인정하는 건 감독의 성향일까요 + 그러고 보니 「킹덤 오브 헤븐」도 그렇고 그런 게 취향인가.



유즈나우그 감상 - 앞의 것이 너무 압도적이었던 나머지 임팩트가 좀…
나중에 물이 빠지고 다시 봐야 냉정한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즈나우그 한 마디 - 출애굽기 제트 스트림 어택이다!!

이렇게 상상의 여지가 듬뿍인 신화 같은 거, 원래 좋아하다 보니 그만…그리고 킹크림슨이라도 맞은 양 순삭되어버린 유즈나우그의 시간. 지못미.




…일단이만, 유즈나우그였어요.
이렇게 영화나 보고 헛소리나 싸지르는 매일, 어찌 좋다 하지 않을 수가 있는가?









덧).




미화가 좀 지나치잖아!